고질적 신파.

"조 까를로스여!!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이여!! 이 앨범을 뭐라 말해드리오리까?" 라고 묻는다면, 그들은 분명 심드렁하게 "니 마음대로 하세요"라고 할 것이다. 뭐, 크게 상관있나? 하고싶은 음악을 하고,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다면 그 뿐인 세계에서 말이다.

"도대체, 무슨 생각으로 이런 구성의 앨범을 만들었나요?"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또한 심드렁하게 "마음가는데로 만들었다"라고 말하겠지. 뭐, 크게 상관없지 않나? 이런 곡 저런 곡 다 들어보라는 친절함으로 포장하지 않으니까, 우리가 만든 곡들이 이런 곡들이니 마음대로 들어보라는 뜻 일테니까.

"고질적 신파"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의 첫 앨범은 종횡무진이다. 알게모르게 이들은 라틴음악으로 알려졌다. 그들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베사베무쵸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그들은 라틴음악을 하는 밴드였고, 그렇게 알려졌다. 하지만, 이번 앨범은 뭔가 우리의 뒷통수를 한 대 친다. 이게 라틴이야? 이게 그 음악이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. 그들은 뭐, 라틴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하지 않았다. 우리 맘대로 그들은 라틴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버렸지만, 그들은 "야매 라틴"이라고 말했다.

"야매 라틴", 싼 티 팍팍 나는 이 단어 이것이 이 앨범의 본질이다. 고질적 신파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앨범은 싼티나는 활극이다. 머리 속에 스크린을 상상하면 각 곡의 등장인물들이 쫓고 쫓기는 활극을 펼치고 있다. 싼 티날 수록 생동감있고, 시장바닥에서 팔딱팔딱거리는 생선을 만난 느낌. 매력적인 싼 티, 거부 할 수 없는 싼 티의 향연이 이 앨범에서 종횡무진 펼쳐진다.

라틴음악에 대한 기대감은 접도록 하자.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살아 숨쉬는 야매라틴의 세계로 들어가자. 싼 티나는 가사들, 어차피 우리는 뭐가 잘났나? 싼티나는 세상에서 이전투구하면서 싼티나게 살고있지 않는가?

"애비가 젖 동냥해서 힘들게 키워놨으니 심청이 너는 어서 인당수에 빠지거라! 콩쥐 넌 이 독에 물을 가득 채우기 전엔 잔치에 올 생각도마! 춘향인 오늘밤 수청을 들지 않으면 목이 남아나지 않을거야! 약아빠진 토끼녀석아 넌 어서 용왕님께 너의 간을 바쳐라! 그리고, 글 못 쓰는 석봉이는 당장 산으로 다시 올라가!"


그래, 우리가 알고 있던 오래된 이야기들도 신파다. 싼티나는 현실이다. 심청이는 지극지극한 가난때문에 공양미도 못 마련했고, 콩쥐도 마찬가지다. 이게 뭐 고질적인 신파다. 우리는 뭐 다른가?

처절한 복수의 꿈을 꾸는 다른 트랙은 어떤가? <불행이도 삶은 계속되었다> <싸이보그 여중생 Z>등에서 보여주는 숨막힐 것 같은 복수도 눈물난다. 그런데 왜 눈물만 날뿐이지. 지긋지긋한 신파, 싼티나는 현실감. 그 속의 우리들. 뭐 눈물만 흘리고 아무 것도 못 한채 끝난다.

반드시 소리 높혀 들을 것도 아니고, 순서대로 차례 차례 들을 것도 아니고, 그냥 마음대로 내끼는 데로 들으라는 듯이 종횡무진하는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의 "고질적 신파", 신나게 내맘대로 난도질하며 들을 일이다.

by 푸른자전거 | 2009/07/13 11:16 | 서랍 속의 낡은 테이프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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